혹한 속에서 피어난 사랑 – 황제펭귄의 눈물겨운 자식 사랑

혹한 속에서 피어난 사랑 – 황제펭귄의 눈물겨운 자식 사랑

남극의 황제펭귄은 지구상에서 가장 험혹한 환경 속에서 자식을 낳고 기르는 생명체이다. 그들은 영하 60도, 시속 200km의 눈보라가 몰아치는 얼음 대지 위에서 생명을 품는다. 황제펭귄의 헌신은 생명의 기적을 낳는 위대한 본능이자 사랑의 극치이다.

짝짓기는 가장 추운 시기에 시작된다. 암컷은 알을 낳은 뒤, 자신의 발 위에 올려놓은 알을 수컷에게 넘기고 100km 떨어진 바다로 먹이를 찾아 떠난다. 이후 약 두 달간은 수컷의 시간이다. 그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발 위의 알을 지키기 위해 미동조차 조심스러워진다. 만에 하나 알이 발에서 떨어져 얼음 위에 닿는다면, 단 몇 분 만에 알은 얼어붙어 생명을 잃는다. 그 비극 앞에서 어떤 수컷들은 차마 떠나지 못하고, 죽은 알을 끝까지 품거나 눈덩이를 알인 줄 알고 애절하게 껴안는다. 그 장면은 인간의 부모도 울게 만든다.

이 엄혹한 시간 동안 수컷 펭귄들은 서로 몸을 밀착시켜 원형의 무리를 만들어 체온을 나눈다. 바깥쪽에 선 펭귄은 눈보라를 온몸으로 맞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안쪽과 바깥쪽의 위치를 바꿔가며 서로를 보호한다. 이른바 '펭귄 허들'이다.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그들은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오직 알을 위해 버틴다. 그 지독한 헌신 끝에 암컷이 바다에서 먹이를 얻어 돌아오면 아빠는 자신의 임무를 끝낸 듯 조심스레 새끼를 넘겨주고, 기진맥진한 몸으로 먹이를 찾아 다시 바다로 떠난다.

어미의 사랑도 놀랍다. 알을 낳은 뒤 바다로 떠난 암컷은, 새끼가 태어날 시점에 맞춰 정확히 돌아온다. 먹이를 가득 담은 ‘소낭’을 가지고 오는데, 혹시라도 자신이 먹게 될까봐 스스로 소화 기능을 정지시키는 보호막을 쳐둔다. 심지어 새끼가 이미 죽고 없을 경우, 그 먹이를 자신이 먹지 않고 그냥 토해버린다. 생명이 사라졌다면 사랑의 이유도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황제펭귄의 자식 사랑은 때로는 처절하기까지 하다. 자신의 새끼를 잃은 펭귄이 다른 펭귄의 새끼를 빼앗으려 하는 일도 벌어진다. 새끼를 지키려다 그 무리 속에서 자칫 깔려 죽을 위험이 커지면, 어떤 부모는 스스로 물러나 새끼를 포기하기도 한다. 그 찢어지는 순간은 인간 부모의 고통을 연상케 한다.

이처럼 황제펭귄의 삶은 생명을 잇기 위한 투쟁이며, 사랑의 실천이다. 그들의 헌신은 생물학적 본능을 넘어선 숭고한 책임이며, 차가운 얼음 위에 피어난 가장 따뜻한 사랑이다.


* 자연 다큐멘터리 <March of the Penguins> (2005, 내레이션: 모건 프리먼)은 이러한 황제펭귄의 삶을 아름답고도 사실적으로 담아낸 대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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