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길어진 생명 앞에서〉



   〈길어진 생명 앞에서〉

예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칠순, 천천히 문턱을 넘고
팔순, 긴 그림자를 따라 걷고
구순, 황혼 속으로 스며든다.

그러나 인생은
늘 이런 순서대로 되는 건 아니다.
누군가는 너무 일찍 떠나가고,
누군가는 망백에도 꽃을 피운다.

장수는 복이라 했지만
걷지 못하고,
먹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고,
들을 수 없다면
남는 건 숨만 쉬는 고요한 방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쌓아 올린 재물보다,
이름 남긴 명예보다,
건강한 몸 하나가
얼마나 귀한 축복인지.

길어진 생명 앞에서
우리는 다시 묻는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 보다
어떻게 하루하루를
아름답게 살아낼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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