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실해 보였던 분의 뒤안길
나는 오랫동안 그를 존경해 왔다.
그는 학문적으로는 서울대와 MIT에서 수학하고 KAIST 교수로 재직했던 뛰어난 과학기술자였고, 신앙적으로는 평신도 사역자로서 충실하게 봉사하던 모습이 내게 신앙의 모델이 되었다. 장애인 시설을 찾아가며 섬김에 힘썼고, 검소와 성실로 살아온 그의 삶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 소중한 본보기였다.
그런데 내게 전해진 그의 이야기는 마음을 무척 무겁게 한다.
병원에서 2년 넘게 투병 중인 누이를 단 한 번도 병문안하지 않았다는 소식, 부모의 상속 재산을 독차지했다는 이야기, 병든 누이가 힘겹게 써 보낸 장문의 편지에도 끝내 답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나를 깊이 실망시켰다. 정년퇴직 축하 자리에서도 친누이들을 배제했다는 말은 더욱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나는 그의 변해버린 모습, 어쩌면 내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모습이었나 하면서 마음이 아리다. 70대 연륜의 신앙인이자 존경받던 원로과학자이지만, 지금은 노욕과 물욕의 그림자 속에 서게 된 듯하다.
내 가슴이 이렇게 저며오는데 그 누이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겠는가. 병상에서 아픈 몸을 이끌고 편지를 썼지만 외면당한 심정, 가족으로서 누려야 할 위로와 사랑을 받지 못한 결핍감이나 배신감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쇼킹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내 자신을 돌아본다. 나는 혹시 가족과 이웃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는가? 나는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이익과 자기 합리화를 감추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하나님 앞에서 진실한가?
이 일은 나를 또 다른 성찰로 이끌어준다. 존경하던 사람이 흔들리고 무너져갈 때, 그것은 오히려 내 신앙을 점검하라는 하나님의 메시지일지 모른다.
사람은 실망시킬 수 있지만, 하나님은 언제나 신실하시다. 부모가 어렵게 살면서도 아들의 이름을 지켜주려 했던 어머니의 마음처럼, 주님의 사랑은 끝내 변하지 않는다.
나는 이 아픔을 통해 다시 확인한다.신앙인의 길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서는 진실한 태도에 달려 있음을. 그의 삶이 내게 거울이 되어, 나 자신이 더 겸손히, 더 정직하게, 더 사랑으로 살라는 부르심으로 새겨 듣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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