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끝나면, 모두 같은 상자에 들어간다 “게임이 끝나면, 왕과 병사는 같은 상자에 들어간다.” 짧지만 깊은 뜻을 담은 이탈리아의 속담은 인생의 본질을 아주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비록 체스에서 유래한 말이지만 우리 전통 장기를 떠올려 보면 이 진리는 더욱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어릴 적에 처음으로 장기를 배우던 기억이 납니다. 왕인 한(漢)과 초(楚)는 궁성 안에서만 움직이는 귀한 몸이었고, 차는 판을 가로지르며 기세를 뽐냈습니다. 마는 꺾어 뛰고, 포는 말을 하나 넘어서 상대를 잡을 수 있었죠. 그리고 가장 약한 말인 졸. 오직 앞으로만 나아갈 수 있지만 강을 건너면 좌우로도 움직이며 새로운 쓰임을 얻습니다. 각 말들은 모두 다릅니다. 움직임도, 힘도, 역할도 제각각이지만 그 모든 가치는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에만 의미가 있습니다. 게임이 끝나는 순간, 위풍당당했던 차도, 절대적인 왕도, 보잘것없던 졸도 모두 똑같이 장기통 속에 조용히 놓입니다. 인생이라는 장기판 우리 인생도 그렇습니다. 대기업 회장도, 동네 가게 사장도, 의사도, 청소부도 각기 다른 자리에서 살아가지만 결국 향하는 곳은 같습니다. 장기에서 졸이 강을 건너 '졸장군'이 되듯 평범한 사람도 노력으로 큰 성취를 이룰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성취가 아무리 커도 게임이 끝나면 결국 같은 곳에 도달합니다. 조선의 왕도, 고구려의 장군도 그리고 이름 없는 농부도 결국은 흙으로 돌아갔습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도, 시골 동네의 할머니도 마지막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두 가지 깨달음 이 속담이 주는 첫 번째 메시지는 겸손 입니다. 어떤 지위에 있든, 성공을 이뤘든 그것으로 타인을 판단하거나 거리를 두어선 안 됩니다. 내가 오늘 부장이지만 신입사원 역시 언젠가는 같은 자리에 설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입니다. 모든 것이 지나간다면, 남는 건 우리가 나눈 진심과 따뜻한 흔적일 것입니다. 장기에서도...